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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11 소셜펀딩으로 가는 웹툰 - ① 텀블벅 모델의 형성

소셜펀딩으로 가는 웹툰 - ① 텀블벅 모델의 형성

언제부터였을까. '웹툰'은 사람들의 일상에 확실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는 않지만, 일상 생활에서 유명한 웹툰 작가들의 이름을 듣는 것은 마치 유명한 영화감독의 이름을 듣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동감하기 어렵다고? 강풀이나 윤태호, 주호민 같은 작가를 떠올려보면 바로 이해가 갈 것이다. 물론 아직 오가는 돈의 규모는 불명확하지만 '웹툰'이 마치 영화나 연예계 소식처럼 일상 속에서 영향력을 보일 수 있는 매체로 자리매김한 것 만큼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웹툰 생태계(작가나 독자, 포털 서비스 등을 총칭하는 말이 없어 일단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 자체는 비주류에 가까운 편이다. 앞서 강풀, 윤태호, 주호민을 떠올리면 웹툰의 영향력에 대해 알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뒤집어 말하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작가들은 그닥 대중들에게 알려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에 흔하게 생기는 문제가 있는데, 바로 '스타'가 아니면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거다. 그리고 흔히 이런 분야는 고정 수입이 일정하지 않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고로 웹툰이 비록 일상에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작가들의 생계가 보장되지는 못하는 것이다.

▲ 마사토끼와 그의 작품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매치스틱 트웬티>, <커피우유신화>, <만화이반론>)

그런데 여기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만화만 그려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만화가가 있다. <커피우유신화>, <매치스틱 트웬티> 등의 스토리작가로 유명한 '마사토끼'다. 그는 만화가라는, 대한민국에서 먹고살기 불확실하기로는 최고등급에 속하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사실 가늘고 길게 먹고사는 안정적인 인생을 원하는 묘한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그가 생각하는 '만화만 그려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은 큰 액수가 아니더라도 고정적인 수입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조건이 걸려있다. 실제로 이에 대해서 그가 웹툰 작가로 데뷔하기 전부터 시도한 방법이 꽤 많은데, 그 방법들에 대해서는 그의 블로그(본진인 네이버는 물론이고, 이를 위한 블로그가 따로 있기도 하다)에서 만화로 만나볼 수 있다.

▲ 방법들조차 만화로 그려서 연재하다니 만화만 그려서 먹고살겠다는 것이 허언은 아니지 싶다

마사토끼가 그동안 시도했던 방법들을 살펴보면 그다지 효과를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사실 나름 이름이 알려져 있다고 하더라도 기성작가가 아닌 상태에서 어떤 길을 만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는 그 시도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물론 그가 메이저 웹툰 데뷔를 한 이후로는 한동안 관련 소식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런데 지난 2012년 3월 2일, 그의 블로그에 '만화이반론'이라는 새로운 시리즈가 등록된다. 그야말로 1년만에 그가 새로운 방법을 들고 돌아온 것이다. 바로 텀블벅 - 소셜펀딩을 통한 후원금 모금이라는 형태로.

▲ 텀블벅은 이런 곳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곳(https://tumblbug.com/ko/guide)에서

기본적인 형식은 다음과 같다. 각 회차별로 프로젝트를 만들어 모금을 하고, 마감하고 나면 해당 회차의 웹툰이 지정된 곳에 업로드가 되는 식. 후원금에 따른 보상이라던가 하는 세부적인 사항이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후원과 연재가 독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금에 성공하지 않더라도 연재가 계속될지 안될지에 관한 것은 작가의 자유라는 이야기. 일정 이상의 인기가 증명되지 않으면 연재가 마무리되는 메이저 웹툰 연재와는 큰 차이가 아닌가. '후원'과 '고료'라는 단어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그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어쨌든 마사토끼는 <맨 인더 윈도우>라는 작품을 통해 텀블벅 연재 프로젝트(다음부터는 이걸 '텀블벅 모델'이라고 부르도록 하자)를 시작했다. 처음 몇 주 동안은 마사토끼의 작품만 있었으나, 이내 몇몇 아마추어 작가들이 마사토끼의 텀블벅 모델을 차용해 등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지는 않은데, 개인의 소신 문제와 더불어 이게 사실은 작품의 인기에 대한 어느정도 확신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

▲ 사실 이들은 다음 웹툰리그나 네이버 베스트도전에서 나름 난다긴다 하는 작품들이다


'텀블벅 모델'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이 방법은 웹툰 작가에게 있어서 주 수입원이 되기에는 어려운 방법이다.

일단 후원금의 액수가 적다. 마사토끼는 처음에는 10만원을, 이후 12만원을 거쳐 현재는 15만원을 후원 목표치로 삼았다. 그리고 마사토끼를 따라 시작한 타 작가들도 비슷한 액수로 시작해 조금씩 금액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에서 최대 목표치를 설정한 웹툰은 <네거티브 칸나>로, 30만원을 목표치로 잡고있다. 대부분 웹툰이 그렇듯이 <네거티브 칸나> 역시 일주일 간격으로 업로드가 된다. 그렇다면 한 달에 약 네번 모금을 할 수 있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모두 성공한다는 가정 하에 최소 120만원이 모인다. 여기서 텀블벅에서 가져가는 5%의 수수료를 떼면 114만원이 남는다. 2012년 한국에서 한달 114만원이면 입에 풀칠할 정도의 수입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목표치를 설정하는 <네거티브 칸나>가 이정도인데, 10~15만원이 목표치인 다른 웹툰들은 어떻겠는가?

그리고 '안정적'이지 못하다. 직장인의 경우에는 회사가 도산하거나 사장이 막장테크를 타지 않는 이상은 정해진 연봉에 맞게 매달 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텀블벅 모델은 기본적으로 후원의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프로젝트가 실패할 수 있다는 위협을 배경으로 깔게 된다. 한마디로 후원자들의 비위를 건드리거나 인기가 떨어지게 되면 후원이 끊기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해당 작품이 다니엘 크레이그 007이나 이인제처럼 화려하게 부활하지 않는 이상 계속 실패할 수 있다. 다른 작품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시 텀블벅 모델을 시작할 만큼의 인기를 끌어모아야 하는 것이다.

▲ 이정도로 부활하는 게 아니면 의미가 없다

이런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텀블벅 모델에는 큰 의미가 있다. 팬들의 응원이 '후원금'의 형태로 실재하게 되면서 작가에게 연재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백명이 달아주는 리플보다는 백명이 보내주는 천원짜리가 훨씬 더 와닿지 않겠는가? 잘만 하면 무관심과 텅빈 지갑으로 인해 작품 활동을 접는 작가들이 많이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텀블벅 모델은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좋은 거름이 되어줄 수 있다는 얘기.

2012년 7월에 시작해 어느덧 5개월차에 접어든 마사토끼의 텀블벅 모델. 이정도면 웹툰 생태계에도 꽤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닐까 싶다. 굳이 '스타'가 되지 않아도 먹고사는 길에 대한 마사토끼의 고민과 텀블벅의 적극적인 협조가 만들어낸 호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제 갓 굴러가기 시작한 모델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문제들이 나타날 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편에서는 현재 텀블벅 모델의 상황과 여러가지 변수,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다뤄볼 생각이다. 어쩌면 지루했을지도 모를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었다면 다음 이야기도 기다려줬으면 한다. 이 텀블벅 모델은 어쩌면, 총체적 난국에 다다른 국내 콘텐츠 업계에 한 가지 대안이 되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다음 편에 계속

P.S : 사실 텀블벅을 통한 웹툰 연재 시도는 마사토끼보다 김인성씨의 <김인성과 내리의 IT 이야기>가 먼저 시작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단발성 프로젝트에 가깝다. 회차별로 모금을 하는 방식의 도입은 마사토끼가 가장 처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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