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06.17 주간 링크 걸어주는 남자 #1(20130610-20130616) 2
  2. 2012.11.11 소셜펀딩으로 가는 웹툰 - ① 텀블벅 모델의 형성
  3. 2011.11.24 담백한 비극의 그래픽 노블 - 홍콩안마시술소

주간 링크 걸어주는 남자 #1(20130610-20130616)


버려진 블로그를 보다 못해 시작하는 주간 연재 '링크 걸어주는 남자' 그 첫 주입니다.
'링크 걸어주는 남자'는 한 주 동안 저를 감탄하게 하거나 즐겁게 해준 것을 모아 보여드립니다.
첫 주는 2013년 6월 10일부터 2013년 6월 16일까지입니다. 아무쪼록 여러분도 즐거웠으면 합니다.
참고로 주간 '링크 걸어주는 남자'에서 소개하는 컨텐츠에는 분야의 제한이 없습니다.
묘하게도 이번 호에서는 한 분야에 편중된 것 같지만… 뭐 그럴수도 있죠!


1. 요한 일렉트릭 바흐 'Eisenstein - Cho By Yongpil (feat. Cho Yongpil)'

'Something A Bounce Us...'라는 간략한 소개글로 올라온 이 곡은 얼마전 새 앨범을 공개한 조용필과 Daft Punk를 리믹스한 노래이다. 제목 'Cho By Yongpil'만 봐도 알겠지만 Daft Punk의 새 앨범 Random Access Memories 3번 트랙 'Giorgio By Moroder'를 기본 곡 구성으로 깔고 있다. 이에 더해 조용필의 목소리와 노래 '모나리자'를 절묘하게 합성했다.

얼핏 듣자면 그냥 웃기는 노래다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1분 4~50초경에 '제 이름이 조금 이상해요. 조용필인데(조용필 목소리), Everybody calls me Giorgio(Giorgio Moroder 목소리)' 다음으로 노래 모나리자의 하이라이트가 나오는 부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것도 한번 봅시다

  1. YOUNG GIFTED & WACK의 인터뷰 http://younggiftedwack.com/archives/5293

  2. (사) 요한 일렉트릭 바흐 재단 http://johannelectricbach.blogspot.kr/


2. PV NOVA 'Evolution of Get Lucky[Daft Punk Chronologic cover]'

본의 아니게 또 Daft Punk 얘기다. Daft Punk의 이번 앨범 Random Access Memories 발매 전에 가장 먼저 공개된 곡 Get Lucky를 1920년대부터 2020년(?)까지 각각 시대별 느낌에 맞게 편곡했다.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각 시대별로 잘 어울리게 편곡한 것을 보면 원곡의 아우라는 물론이고 편곡을 한 PV NOVA의 실력까지 감탄이 터져나온다. 개인적으로는 1980년대와 2000년대가 취향이다.

유튜브 영상 뿐 아니라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MP3 파일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각각 어느 부분이 몇십년대인지 알기 위해서는 유튜브 영상을 먼저 보기를 권한다. 그런데 MP3 파일 배포에 대해 소니 뮤직에서 딴지를 걸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참고로 편곡을 한 PV NOVA 역시 Daft Punk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사람이다. 아무래도 프랑스에는 이런 쪽의 유전자가 있는 건 아닌지...-_-;;

이것도 한번 봅시다

  1. PV NOVA 홈페이지 http://flavors.me/pvnova

  2. MP3를 다운 받을 수 있는 사운드 클라우드 페이지 https://soundcloud.com/pvnova/evolution-of-get-lucky-daft


3. 수성소년 '분당선에서 이상형을 보았습니다'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family/216/read?articleId=17606120&bbsId=G005&itemId=63&pageIndex=2

루리웹 창작만화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수성소년의 단편만화. 분당선에서 이상형을 만나는 바람에 중요한 미팅에 지각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수성소년이 그리는 만화들은 묘하게 설레는 감정선과 기묘한 센스가 함께 하는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와 달리 그 결말로 인해 무엇이 진실인지 도통 알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 포인트. 

이것도 한번 봅시다

  1. 수성소년 블로그 http://blog.daum.net/subpurgatory


4. 엘리시움 2차 예고편

'디스트릭트9'으로 강력한 인상을 남겼던 닐 블롬캄프 감독의 신작. '엘리시움'이라는 우주 정거장은 상층계급만 살고 나머지 하층계급 사람들은 지구에서 산다는 설정과 몸에 기계를 이식한다는 설정에서 어딘지 모르게 만화 '총몽'의 느낌이 났는데 딱히 원작이 있거나 하진 않은 모양. 어쨌거나 모티브가 되었을 수도 있지...라기엔 흔한 설정이긴 하구나.

여튼 엘리시움의 2차 공식 예고편이 떴다. 예고편을 통해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는 맷 데이먼을 보고 있자면 왠지 본 시리즈에서의 그의 모습이 오버랩되는데…. 여튼 감독의 전작 디스트릭트9을 생각하면 크게 기대되는 작품. 전작과 마찬가지로 현실사회에 대한 비판 역시 잘 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이것도 한번 봅시다

  1. '엘리시움'의 원래 의미 http://ko.wikipedia.org/wiki/%EC%97%98%EB%A6%AC%EC%8B%9C%EC%9B%80


5. Blastmaster XL Mobile Boombox

RC카와 라디오 붐박스가 합쳐진 기기묘묘한 녀석. 아무데서나 잘 굴러갈 것처럼 험하게 생긴 것이 더욱 매력적이다. 실제로 저 바퀴는 모래와 눈 위에서도 사용가능하다고...-_-;; 기능도 짱짱하다. 블루투스를 지원해 스마트폰이나 MP3플레이어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CD플레이어, AM/FM 라디오, USB 입력포트, 3.5mm 입력단자도 지원한다. 게다가 나가 놀기 딱 좋게 음료수 홀더 3개, 병따개, 깃대꽂이도 같이 달려있다니 이런거 들고 놀러나가면 제대로 놀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락페의 새벽에 강추하고 싶다. 문제점이 딱 하나 있는데, 한화 약 500만원쯤 하는 가격(...)


6. 정유정 신작 장편 '28' 6월 14일 출간

작년에 접한 정유정의 '7년의 밤'은 실로 오랜만에 손에서 떼기 힘든 책이었다. 천명관의 '고래' 이후니까...계산도 안되는군. 어쨌거나 그 정유정의 신작 '28'이 나온다고 하니 이 하나만으로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시놉시스를 보니 '화양'이라는 도시에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돌고 28일간 벌어지는 생존의 사투를 그려냈다고 하는데…. 뭔가 '28일 후'가 생각난다. 여튼 재미있겠지!

기사 원문 링크 http://www.yonhapnews.co.kr/culture/2013/06/10/0901000000AKR20130610081300005.HTML


7. Hot Dog & the City

미국의 식품회사 Applegate가 영상 제작사인 UJI FILMS에 의뢰해 만든 핫도그 레시피 영상. 미국의 각 지역마다 다른 핫도그 레시피를 보여주는데 배고플때 보면 독이나 다름없는 영상인데, 그나마 천만 다행인건 먹는 모습은 없다는 것.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해보는 마음으로 재생 버튼을 눌러보도록 하자. 

이것도 한번 봅시다

  1. Applegate의 핫도그 레시피 페이지 http://www.applegate.com/recipes/search?utf8=%E2%9C%93&meal[]=toppings

  2. UJI FILMS 홈페이지 http://www.ujifilms.com/32160/work



소셜펀딩으로 가는 웹툰 - ① 텀블벅 모델의 형성

언제부터였을까. '웹툰'은 사람들의 일상에 확실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는 않지만, 일상 생활에서 유명한 웹툰 작가들의 이름을 듣는 것은 마치 유명한 영화감독의 이름을 듣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동감하기 어렵다고? 강풀이나 윤태호, 주호민 같은 작가를 떠올려보면 바로 이해가 갈 것이다. 물론 아직 오가는 돈의 규모는 불명확하지만 '웹툰'이 마치 영화나 연예계 소식처럼 일상 속에서 영향력을 보일 수 있는 매체로 자리매김한 것 만큼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웹툰 생태계(작가나 독자, 포털 서비스 등을 총칭하는 말이 없어 일단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 자체는 비주류에 가까운 편이다. 앞서 강풀, 윤태호, 주호민을 떠올리면 웹툰의 영향력에 대해 알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뒤집어 말하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작가들은 그닥 대중들에게 알려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에 흔하게 생기는 문제가 있는데, 바로 '스타'가 아니면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거다. 그리고 흔히 이런 분야는 고정 수입이 일정하지 않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고로 웹툰이 비록 일상에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작가들의 생계가 보장되지는 못하는 것이다.

▲ 마사토끼와 그의 작품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매치스틱 트웬티>, <커피우유신화>, <만화이반론>)

그런데 여기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만화만 그려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만화가가 있다. <커피우유신화>, <매치스틱 트웬티> 등의 스토리작가로 유명한 '마사토끼'다. 그는 만화가라는, 대한민국에서 먹고살기 불확실하기로는 최고등급에 속하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사실 가늘고 길게 먹고사는 안정적인 인생을 원하는 묘한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그가 생각하는 '만화만 그려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은 큰 액수가 아니더라도 고정적인 수입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조건이 걸려있다. 실제로 이에 대해서 그가 웹툰 작가로 데뷔하기 전부터 시도한 방법이 꽤 많은데, 그 방법들에 대해서는 그의 블로그(본진인 네이버는 물론이고, 이를 위한 블로그가 따로 있기도 하다)에서 만화로 만나볼 수 있다.

▲ 방법들조차 만화로 그려서 연재하다니 만화만 그려서 먹고살겠다는 것이 허언은 아니지 싶다

마사토끼가 그동안 시도했던 방법들을 살펴보면 그다지 효과를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사실 나름 이름이 알려져 있다고 하더라도 기성작가가 아닌 상태에서 어떤 길을 만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는 그 시도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물론 그가 메이저 웹툰 데뷔를 한 이후로는 한동안 관련 소식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런데 지난 2012년 3월 2일, 그의 블로그에 '만화이반론'이라는 새로운 시리즈가 등록된다. 그야말로 1년만에 그가 새로운 방법을 들고 돌아온 것이다. 바로 텀블벅 - 소셜펀딩을 통한 후원금 모금이라는 형태로.

▲ 텀블벅은 이런 곳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곳(https://tumblbug.com/ko/guide)에서

기본적인 형식은 다음과 같다. 각 회차별로 프로젝트를 만들어 모금을 하고, 마감하고 나면 해당 회차의 웹툰이 지정된 곳에 업로드가 되는 식. 후원금에 따른 보상이라던가 하는 세부적인 사항이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후원과 연재가 독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금에 성공하지 않더라도 연재가 계속될지 안될지에 관한 것은 작가의 자유라는 이야기. 일정 이상의 인기가 증명되지 않으면 연재가 마무리되는 메이저 웹툰 연재와는 큰 차이가 아닌가. '후원'과 '고료'라는 단어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그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어쨌든 마사토끼는 <맨 인더 윈도우>라는 작품을 통해 텀블벅 연재 프로젝트(다음부터는 이걸 '텀블벅 모델'이라고 부르도록 하자)를 시작했다. 처음 몇 주 동안은 마사토끼의 작품만 있었으나, 이내 몇몇 아마추어 작가들이 마사토끼의 텀블벅 모델을 차용해 등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지는 않은데, 개인의 소신 문제와 더불어 이게 사실은 작품의 인기에 대한 어느정도 확신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

▲ 사실 이들은 다음 웹툰리그나 네이버 베스트도전에서 나름 난다긴다 하는 작품들이다


'텀블벅 모델'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이 방법은 웹툰 작가에게 있어서 주 수입원이 되기에는 어려운 방법이다.

일단 후원금의 액수가 적다. 마사토끼는 처음에는 10만원을, 이후 12만원을 거쳐 현재는 15만원을 후원 목표치로 삼았다. 그리고 마사토끼를 따라 시작한 타 작가들도 비슷한 액수로 시작해 조금씩 금액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에서 최대 목표치를 설정한 웹툰은 <네거티브 칸나>로, 30만원을 목표치로 잡고있다. 대부분 웹툰이 그렇듯이 <네거티브 칸나> 역시 일주일 간격으로 업로드가 된다. 그렇다면 한 달에 약 네번 모금을 할 수 있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모두 성공한다는 가정 하에 최소 120만원이 모인다. 여기서 텀블벅에서 가져가는 5%의 수수료를 떼면 114만원이 남는다. 2012년 한국에서 한달 114만원이면 입에 풀칠할 정도의 수입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목표치를 설정하는 <네거티브 칸나>가 이정도인데, 10~15만원이 목표치인 다른 웹툰들은 어떻겠는가?

그리고 '안정적'이지 못하다. 직장인의 경우에는 회사가 도산하거나 사장이 막장테크를 타지 않는 이상은 정해진 연봉에 맞게 매달 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텀블벅 모델은 기본적으로 후원의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프로젝트가 실패할 수 있다는 위협을 배경으로 깔게 된다. 한마디로 후원자들의 비위를 건드리거나 인기가 떨어지게 되면 후원이 끊기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해당 작품이 다니엘 크레이그 007이나 이인제처럼 화려하게 부활하지 않는 이상 계속 실패할 수 있다. 다른 작품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시 텀블벅 모델을 시작할 만큼의 인기를 끌어모아야 하는 것이다.

▲ 이정도로 부활하는 게 아니면 의미가 없다

이런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텀블벅 모델에는 큰 의미가 있다. 팬들의 응원이 '후원금'의 형태로 실재하게 되면서 작가에게 연재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백명이 달아주는 리플보다는 백명이 보내주는 천원짜리가 훨씬 더 와닿지 않겠는가? 잘만 하면 무관심과 텅빈 지갑으로 인해 작품 활동을 접는 작가들이 많이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텀블벅 모델은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좋은 거름이 되어줄 수 있다는 얘기.

2012년 7월에 시작해 어느덧 5개월차에 접어든 마사토끼의 텀블벅 모델. 이정도면 웹툰 생태계에도 꽤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닐까 싶다. 굳이 '스타'가 되지 않아도 먹고사는 길에 대한 마사토끼의 고민과 텀블벅의 적극적인 협조가 만들어낸 호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제 갓 굴러가기 시작한 모델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문제들이 나타날 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편에서는 현재 텀블벅 모델의 상황과 여러가지 변수,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다뤄볼 생각이다. 어쩌면 지루했을지도 모를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었다면 다음 이야기도 기다려줬으면 한다. 이 텀블벅 모델은 어쩌면, 총체적 난국에 다다른 국내 콘텐츠 업계에 한 가지 대안이 되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다음 편에 계속

P.S : 사실 텀블벅을 통한 웹툰 연재 시도는 마사토끼보다 김인성씨의 <김인성과 내리의 IT 이야기>가 먼저 시작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단발성 프로젝트에 가깝다. 회차별로 모금을 하는 방식의 도입은 마사토끼가 가장 처음 시작했다.


담백한 비극의 그래픽 노블 - 홍콩안마시술소

우리나라 출판만화 시장이 개판이 나고, 이대로 이 나라의 만화는 끝인가 싶었다.
근데 어느새 보니 웹툰 시장이 흥하고 출판만화까지 차지하는 일이 생겼다.
출판만화시장이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지만, 어느새 국내 만화계의 주요조류는 웹툰으로 넘어온 듯 하다.

그러다보니 웹툰 작가 지망생들도 많이 늘어나고, 수준 높은 아마추어 작품들 또한 많이 나오고 있다.
오늘 얘기할 성준 작가의 '홍콩안마시술소'는 그런 뛰어난 작품들 중에 하나다.
작가의 개성 또한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그 개성이 무엇인고 하니 바로 소설적 묘사로 인해 나타나는 뛰어난 이야기 몰입도다.

- 홍콩안마시술소 1화 中 -

우리는 흔히 동그란 말풍선이 칸 곳곳을 차지하는 만화에 익숙하다.
이런 말풍선 구조의 경우에 일반적으로 등장인물은 칸 하나에 대사 하나 치는 식으로 묘사가 된다.
하지만 홍콩안마시술소의 경우에는 등장인물이 주고받는 대사가 수직으로 떨어지며 각자 할당된 공간을 차지한다.
그러면서 이야기의 흐름과 대사를 말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특히 웹툰같은 경우에는 위에서 아래로 죽죽 스크롤해 내려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야기 몰입도가 올라간다.
생각해보면 출판이 된다 하더라도 이런 점은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기는 하다.

- 홍콩안마시술소 5 & 6화 中 -

매 화 끝마다 주인공 '정민'의 독백과 삽화(?)로 마무리가 된다.
여기서 삽화도 어떤 여운과 소설적 느낌을 내는데 많은 작용을 하지만,
'정민'의 독백들이 앞 뒤 내용을 연결하며 감정이입에 도움을 준다.
5화에서 정민은 독백에서 내일 할 일로 오렌지색 셔츠 사기를 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6화에서 정민에게 흰색셔츠만 사지 말고 다른 색도 사라고 말하는 '사랑이'에게서
정민의 내일 할 일에 왜 오렌지색 셔츠 사기가 있는지 알 수 있게 되고,
그 내일 할 일들이 '사랑이'로부터 연유한다는 것 또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단순히 조금 감성적인 느낌이 들 뿐인 정민의 독백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사랑이와 정민의 관계에 대한 이해와 함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 홍콩안마시술소 2화 中 -

위 장면은 '사랑이'가 홍콩안마시술소에서 '영업(연애)'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장면이다.
단 두 컷으로 상황의 설명이 된다. 두 컷 사이에서 일어날 일들이 함축되면서 더욱 효과적으로 이야기 전달이 된다.
필자는 여기서 잘 정제된 문장을 보는 기분이었다. 쓸데 없는 수식어 부사같은 것들을 빼고,
철저히 독자가 알아야 할 부분만을 보여주는 정제된 문장.
사실 홍콩안마시술소의 컷과 그림 자체가 그런 느낌이다.
만화적 표현. 그러니까 인물의 움직임을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갖가지 장치들이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냥 최소한의 상황인식이 가능한 장치들을 배치할 뿐,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온갖 화려한 표현들로 치장해놓고도 상황을 이해할 수 없도록 만드는 만화가 있는가 하면,
과연 군더더기 없는 표현들이야말로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최고의 방법이다.

- 홍콩안마시술소 4화 中 -

이런건 뭐라 말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간단하지만 세심하게 신경써서 인물의 심리를 잘 표현한 장면이라고 본다.
정민과 사랑이가 같이 설렁탄에 반주 한 잔 하는 장면인데, 대사 전 후의 장면에서 각 인물의 심리변화를 발의 모양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담백하면서도 확실하게 보여주는 연출이야말로 홍콩안마시술소의 매력.

- 홍콩안마시술소 6화 中 -

이건 그냥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 이 작품의 썸네일 이미지가 이 장면인 것을 보면 작가도 이 장면을 꽤나 좋아하는 듯 하다.
포스팅 첫 머리에 홍콩안마시술소의 개성이 소설적 묘사라고 했다.
이는 문장과 문장이 연결되면서 독자의 머리 속에서 완성되는 이야기의 감정선.
그리고 문장과 장면들이 독자의 머리 속에서 연결되면서 비로소 비극이 완성되는 홍콩안마시술소의 감정선.
바로 이런게 이 작품에서 소설적 묘사가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 홍콩안마시술소 0화 中 인트로 -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바로 위의 화별 인트로 이미지다. 0화는 프롤로그같은 느낌이라 '당신들의 밤 우리들의 낮'이라고
써있지만, 실제로 1화부터는 당신들의 밤과 우리들의 낮이 번갈아 나온다. 홍콩안마시술소의 낮밤을 교대로 보여주면서
이야기 진행을 한 것. 이게 또 생각보다 좋은 효과를 낸다.
두 관점을 번갈아보면서 독자에게 더 큰 궁금증과 기대감을 안겨주는 것 같다.

홍콩안마시술소의 이야기는 비극이다. 하지만 특유의 담백한 연출이 비극으로부터 한발짝 떨어져서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이야기가 되지는 않지만 각 화별로 잘 연결된 이야기 구조가 마음속에 오래 남아
강한 진동을 울리는 점에 있어서 큰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작품은 몇년전에 작가가 업로드하다가 중간에 중지한 작품이다. 그래서 적잖은 아쉬움이 남아있었는데,
얼마전에 다시 업로드되는 것을 보고 매우 반가웠다. 몇일전에 기존 연재분 모두 업로드가 되었다.
설마 이대로 또 중단은 아니겠지...그렇다 하더라도 실망하기보다는 계속 기대를 할 생각이다.
아무리 웹툰시장이 커졌다 하더라도 아마추어 작가들의 삶의 기반이 단단하지 않기 때문에 생활에 치이기 쉽기 때문이다.
성준 작가와 같은 이들에게 마음으로나마 응원을 보낸다.

보러가기 : http://cartoon.media.daum.net/league/view/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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