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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23 2011년 11월 22일 명동 FTA 반대 집회 - 을지로에 겨울 장마가 왔다. 4

2011년 11월 22일 명동 FTA 반대 집회 - 을지로에 겨울 장마가 왔다.

오후 4시 30분경, 별 생각 없이 트위터를 보았다가 경악을 했다.
국회에서 최루탄이 터졌다고?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해서 찾아보니
FTA 날치기를 막기 위해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음...뿌렸다고 한다.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 타임라인(트위터)이 폭발할 것 같은데,
결국 비공개 논의도 통과되고, FTA도 통과되고, 여타 관련 법안과 다른 사안들도 존나게 통과가 된다.

아, 드디어 알겠다. FTA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건 떳떳하지 못한 일이 확실하다.
사람들이 도저히 못참겠다고 거리에 나간다. 그리고 나도 도저히 못참겠다. 친구와 함께 거리에 나가기로 한다.
찾아보니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집회가 열린다고. 그래서 갔더니 아이고 위치가 명동으로 바뀌었단다.

도대체 왜? 하는 의문을 품고 명동으로 이동한다. 명동 눈스퀘어 앞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독재타도! 명박퇴진!' 다른 구호도 있었는데 주로 저 구호를 쓴다.
근데...난 FTA 날치기에 대해 외치고 싶었는데. 어쨌든 사람들과 함께 서 있었다.

간혹 쫄지마 시발!이 들린다. 솔직히 말하자면 독재타도 명박퇴진 만큼이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구호다.
나는 FTA 날치기 처리에 분노했고, 그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싶었다.
지금 내가 여기 사람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고민은 멈추지 않기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수많은 깃발들이 보인다. 이제 행진이다. 명동성당 쪽으로 사람들이 걸어간다.
집회하는 사람들, 구경하는 사람들, 사진을 찍는 사람들 모두 모여 수많은 인파가 되었다.

명동성당을 지나고, 이윽고 사람들은 차도로 쏟아진다.
사람들은, 우리들은 차도를 점거한채 행진한다. 앞쪽에는 이미 전경들과 살수차가 길을 막고 서 있다.
바로 앞에서 대치하는 사람들도 있고, 우회해서 계속 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우회해서 계속 가는 쪽을 택한다.

하지만 살수차를 지나가는 순간, 쏴- 하고 물이 뿜어져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경찰이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곳이 오늘 집회의 메인스테이지가 될 듯 싶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구호를 외친다. '명박퇴진! 비준무효!'
살수차 뒤에 있는 방송차(?)에서는 경찰의 경고방송이 흘러나온다.
구호에 묻혀 잘 들리진 않지만 신고되지 않은 집회이니 해산하라는 얘기같다. 살수에 대한 경고도 한다.

빙 둘러 돌아가서 차도 옆의 건물 앞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미 차도 바닥은 물로 흥건하다.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차도변에는 물이 그야말로 콸콸 흐르고 있다. 지난 여름의 지긋지긋한 장마가 떠오른다.
처음에는 살수차가 인도쪽에도 물을 뿌리더니 이내 차도쪽에 집중적으로 살수한다. 위에서 뭔가 지시한 듯.

사람들과 전경이 계속 대치하고 있다. 살수차가 물을 뿌려 사람들이 주춤하면 전경들이 치고 올라가는 식의 방법이다.
방송차에서 나오는 방송 내용이 달라졌다. 도로 점거를 풀으란다. 풀고 어디로 가서 집회를 하라는데 그건 잘 들리지 않는다.
실랑이 도중 몇몇 사람들이 연행되어간다. 경황이 없어 무슨 상황인지는 볼 수 없다.

명동성당 쪽 길을 보니 사람들이 엄청 많이 왔다. 가끔씩 명동성당 너머에서 함성이 출발해 파도처럼 밀려오는데, 그게 또 꽤나 장관이다.
10시쯤 해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살수차가 물을 어디서 충당해오나 했더니 뒤쪽의 소화전에서 돌아가면서 채우고 있다.
어디선가 전경병력은 계속해서 충원되고, 나는 사람들을 남겨두고 집에 돌아가고 있다. 마음이 무겁다.

물론 오늘 집회가 끝은 아닐테지. 사람들의 분노가 그렇게 쉬이 식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그 분노가 이성을 집어삼키지 않았으면 한다. 집회에 참여하면서도 우리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된다.
물론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이성을 유지하기 힘든 사회이기는 하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성을 유지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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