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후감/영화'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08.12 퍼시픽림 존나 재미있지 않았니 8
  2. 2012.05.05 70년 전통의 엔터테인먼트 외길 마블, '어벤저스'로 우뚝 서다 1
  3. 2012.04.01 건축학개론, 약속된 첫사랑의 판타지 2
  4. 2012.02.12 움직임 없는 스파이 스릴러의 멋스러움 -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1

퍼시픽림 존나 재미있지 않았니

퍼시픽 림을 봤다. 물론 엊그제 봤단 얘기는 아니고, 한창 관람하고 있을 때 봤다는 거다. 3디로 두번 4디로 한번. 사실 기대한 것과는 별개로 그렇게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참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생각해보면 그럴만한 것도 있다. 어쩌겠는가, 내 취향이 완전한 비주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주류에 가까운 것도 아닌것을. 어쨌거나 몇가지 주제에 맞춰 얘기를 좀 해보자.


1. 이것은 왜 길예르모 델 토로가 아니란 말인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뭐가 있을까. 아무래도 그만의 어둡고 기괴한 DEEP DARK FANTASY(다른걸 떠올리면 곤란하다)가 아닐까. 솔직히 내가 그의 영화 전부를 본 건 아니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판의 미로>, <헬보이>, <블레이드2>를 본 정도인데, 이번에 퍼시픽 림을 보고 나온 수많은 길예르모 델 토로의 팬들이 전혀 그가 만든 영화답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DEEP DARK FANTASY라는 관점에서 벗어나면 퍼시픽 림이야말로 굉장히 길예르모 감독다운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묘한 판타지를 벗어나면 뭐가 있냐고? 바로 강인함에 대한 경외다.


내가 길예르모 델 토로를 인식한 첫번째 영화는 바로 블레이드 2다. 웨슬리 스나입스가 나와서 정말 간지난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액션으로 뱀파이어를 차고 쏘고 써는 이 영화, 그야말로 멋의 향연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감동한 장면은 뱀파이어를 써는 장면이 아니다.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슴 속 깊이 박혀있는 장면은 바로 레인하트를 썰고나서 휘슬러에게 선글라스를 받는 장면이다.


3분 남짓이니 끝까지 보길 추천한다


반동 하나 없이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손에 쓱 잡히는 선글라스의 저 장면! 블레이드의 강인함을 상징하는 듯한 저 장면이야말로 최고의 장면으로 가슴 속에 박혔다. 그리고 이런 경외적인 강인함이 드러나는 장면은 어떤 작품에서는 액션(블레이드, 헬보이)으로, 공포(판의 미로)로 나타난다. 어쩌면 저 '경외'가 DEEP DARK FANTASY의 시발점인지도 모르겠다.


고야의 거인. 이게 모티브가 되었다고도 한다.


그리고 이 경외적인 강인함은 퍼시픽 림에 이르러 폭발한다. 80미터가 넘는 로봇과 괴수의 격돌에는 호방하고 통쾌한 액션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힘의 격돌에서 품게 되는 경외감 역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두운 밤과 바다 등을 배경으로 괴물의 습격을 막아야 하는 퍼시픽 림의 액션 장면에는 그런 경외감이 훌륭하게 녹아들고 있다. 


(그러고보니 길예르모 감독 특유의 판타지적인 디자인이 반영된 부분도 하나 있긴 하다. 스트라이커 유레카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서 잠깐 등장해 호주 방벽을 뚫은 카이쥬 뮤테보르는 좀 그런 느낌이 있더라. 순간 카메오 출연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음.)



2. 좋은 시나리오란 무엇인가

퍼시픽 림을 보고 나온 관객들의 평가에서 빠지지 않는 얘기가 있다. 시나리오가 별로였다, 시나리오가 유치했다 뭐 이런 이야기들. 너무 뻔해서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될지 예상이 가능하더란 이야기. 그래서 결국 이 영화는 별로야! 쓰레기야! 허접이야!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퍼시픽 림의 시나리오 구조는 단순하다. 나쁘게 말하면 뻔하다. 하지만 그게 과연 퍼시픽 림 시나리오의 단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비비 꼬인 시나리오와 블록버스터의 결합, 다크나이트, 인셉션


생각해보면 어느 시점에서부터 반전 시나리오라는 것이 유행을 하기 시작했다. 범인은 마지막까지 알 수 없고, 출생에는 비밀이 있으며, 사실은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라는 바로 그 반전 영화들. 이리저리 비비 꼬인 시나리오로 관객이 치열하게 머리를 쓰게 만드는 바로 그 영화들. 그런데 이런 반전 시나리오와 블록버스터 영화가 합쳐지면서 사람들은 블록버스터 영화에도 이리저리 꼬여있는 시나리오를 바라게 되었다. 물론 이건 다 크리스토퍼 놀란 때문이다(뻥).



뭐든 잠시 좀 꺼둘때도 필요한 법이다.


예전에 이런 광고가 유행한적이 있다. 한석규 성님과 스님 한분이 대나무 숲을 걷는데 갑자기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한석규가 멋쩍은 웃음을 띄우며 휴대전화 전원을 끈다. 그리고 뜨는 광고 카피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때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그렇다. 뭐든 잠시 꺼두는게 좋을 때가 있다. 생각해봐라, 눈앞에 나이아가라 폭포의 장관이 펼쳐지는데 당신은 낙수의 속도와 그것이 떨어지는 낙하지점에 따라 달라지는 지형의 변화에 대한 생각을 할 것인가? 퍼시픽 림의 화면은 나이아가라 폭포와도 같은 장관을 자랑한다. 그 앞에서는 뇌가 지껄이는 소리를 꺼놓는 편이 관람하기에 좋은데, 이를 위해 시나리오는 최대한 단순한 편이 좋다. 예거의 각 관절 작동 방법도 모르는 상황(물론 그 작동 방법은 길예르모도 모르겠지)에서 EMP가 유효하니 마니 하는 생각은 집어치우는 편이 속 편하다 이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람들은 그런 시나리오의 여백을 가만두질 못하게 되어버렸다. 우리는 단순하고 강력한 동기를 지닌 적을 마주한 것이 너무 오래되었다. 요 몇 년 동안 우리의 적은 너무나도 복잡했고, 너무나도 영악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게 다 크리스토퍼 놀란 때문이다(뻥).



3. 그리고 남은 이야기 몇 개

- 예거와 카이쥬의 대결 장면을 보면 한번씩 살짝 빠르게 줌을 땡기면서 얼굴 부분을 클로즈 업을 때릴 때가 있다. 그런데 거기서 진짜 에스프레소 트리플 샷만큼이나 진한 특촬물의 향기가 나더라. 살짝 흔들리는 듯하면서 예거나 카이쥬의 얼굴을 당기는데 그 정도나 속도가 딱 울트라맨이나 파워레인저의 그것이었다. 뭐라 설명은 못하겠는데 여튼 그것은 그것이었다. 직접 편집해서 비교해볼수도 없고...ㅠㅠ 확실히 이런 쪽의 정서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종합선물세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또 가서 보고싶어진다...


- 모리 마코에 대한 불만이 많던데, 사실 배우 키쿠치 린코는 연기를 잘한 편에 가깝다. 설정상 그녀의 나이는 23살인데, 조금 노안인 23살 아가씨를 생각하고 보면 딱이다. 다만 머리스타일이나 메이크업, 배우의 나이(...) 등이 23살에 어울리지 않았을 뿐. 다른 배우를 쓰거나 처음에 나이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참고로 영화 개봉 초기에 배두나 얘기가 있었는데, 사실 한국 배우중에서는 차라리 이나영이 더 어울릴 것 같더라.


- 집시 데인저와 오타치의 대결 장면에서 기억에 남는 게 두가지 있다. 하나는 집시 데인저가 뻗은 주먹이 건물을 뚫고 들어가 책상위의 진자를 움직이게 하는 장면인데, 뭐랄까 사실 조금 불필요해보이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감탄한 장면이다. 왠지 모를 여유와 장난기가 느껴졌달까. 그래서 극장에서 혼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집중해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길예르모 감독이 끼어들어서 "야 어때, 존나 재밌지?" 하고 말해주는 그런 느낌.


- 그리고 또 하나는 내가 1회차 관람에서 눈물을 흘린(한방울dlwlaks)인데, 바로 오타치가 집시 데인저를 움켜쥐고 날개를 펼치는 장면이었다! 거의 블레이드2의 선글라스 장면만큼이나 강력한 인상을 남긴 장면인데, 블레이드 때는 눈물을 흘리지는 못했다. 아마 극장에서 보질 못해서 그런 것 같다. 개봉 당시에는 고등학생이어서.... 어쨌거나 오타치가 날개를 펼치는 장면은 정말 굉장히 굉장한데, 솔직히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보다 충격적이었다. 그 때 처음 카이쥬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장관이지 않은가, 그 거대한 날개라니, 태고의 씨발 거대한 신비가 막 살아숨쉬는 것 같지 않은가! 지금도 생각만 하면 설렌다. 역시 퍼시픽 림의 주인공은 카이쥬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보는 역지사지 만화 '카이쥬 림'


PS: 사실 퍼시픽 림은 단순한 시나리오 구조에 비해 할 얘기가 굉장히 많은 영화다. 의외로 매력적인 캐릭터(뉴튼, 스태커, 모리 등)가 산재해있고, 카이쥬와 예거 역시 영화 전면에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가 많기 때문. 그야말로 덕질하기 좋은 영화랄까?



70년 전통의 엔터테인먼트 외길 마블, '어벤저스'로 우뚝 서다



어벤져스 (2012)

The Avengers 
8.2
감독
조스 훼든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정보
액션 | 미국 | 142 분 | 2012-04-26
글쓴이 평점  

어벤저스 보고왔습니다. 3D로 한번 2D로 또 한번! 여튼간에,

때릴때 때려주고 맞을때 맞아주며 웃길때 웃겨주는 그런 영화더군요


김성모 화백님 존경합니다...


어쨌거나 재미있기는 진짜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리뷰를 쓸까 했는데 아 재미있단 얘기는 여기저기서 이미 다 해버렸네요? 그래서 걍 재미있단 얘기는 적당히 하고, 보면서 생각났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원래 이런 매니악한 주제들은 파고 들어갈수록 깨알 같은 재미가 있으니까요. 제가 내공이 좀 부족해서 잘 풀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여튼 어벤저스 썰, 시작해봅시다.



1. 걱정과 불안을 단박에 잠심시킨 마블 엔터테인먼트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던 1939년(참고 : 위키백과 1939년 항목),
이역만리 미쿡 땅에서는 '타임리 코믹스'라는 회사가 설립됩니다.
그리고 이 회사는 후에 이름을 바꾸게 됩니다. '마블 코믹스'로 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마블이 타임리 코믹스였고 61년에 마블로 바뀌었고 디즈니가 샀고 히어로를 살렸다가 죽였다가 묵사발을 만들었다가 능력치 상향조정을 했다가 다시 하향했다가 하는 그런 짜잘한 것들이 아닙니다. 그것 보다는 1939년부터 시작해 2012년이 되도록, 70년이 넘도록 슈퍼히어로 코믹스를 다뤄왔다는 겁니다. 70년이면 한 사람의 평생이 담길 정도의 시간이죠. 대단하지 않습니까?

여기서 잠깐, 다른 얘기를 좀 해볼까요?

개봉일 순입니다


마블의 어벤저스 영화 프로젝트는 수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기대를 받았습니다. 아이언맨 같은 경우야 그야말로 폭발적인 흥행을 보여줬지만 사실 '인크레더블 헐크'나 '토르', '퍼스트 어벤저'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폭발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고, 그냥저냥 볼만한 유료 예고편 취급을 당했으니까요. 거기에 더해서 굵직굵직한 슈퍼히어로들을 2시간 남짓하는 영화에 꾸겨넣는다는건 그만큼 실패 위험도 큰 프로젝트가 아니겠습니까? 니가보고 내가보고 여러분 모두가 보기에도 말이죠.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죠.


'야 그래 니네 그렇게 해서 영화 얼마나 잘 만드나 보자'


뭐 사실 저도 비슷하게 생각했었습니다. 야 이거 어벤저스 뭔가 의무감으로 보긴 봐야겠는데 난 어떻게든 재미있게 볼 수 있을것 같은데 왠지 크게 망할것만 같은 예감과 냄새와 느낌이 솔솔 나네 뭐 그런 생각이었죠.

그리고 영화가 개봉하고...


'존나 쩌는데?'


그렇습니다. 폭발하는 재미! 그동안 돈내고 예고편을 보게 만든 마블을 수많은 사람들이 용서하게 됩니다. 물론 그 중에는 저도 포함이 되어있구요. 정말 할수만 있다면 스파이더맨 판권을 소니로부터 사들여서 마블 엔터테인먼트에 기부하고 싶더군요. 뭐 어쨌거나,


그럼 다시 70년 역사의 마블 코믹스 이야기로 돌아와서...
마블이 긴 시간동안 인물 중심의 슈퍼히어로 코믹스를 만들면서 계속해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어떤 '시리즈 이야기'를 다루는데 전문적이라는 얘깁니다. 일반적인 이야기와는 다르죠. 시리즈라는건 어떤 중심인물이 계속해서 해먹는 이야기니까요. 거기에 덧붙여서 마블은 이 시리즈들을 통합해서 보여주는데도 성공합니다. 그 유명한 '시빌워(참조 : 엔하위키 시빌워 항목)'같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말이죠. 

여러 히어로 힘들게 만든 시발...아니 시빌워


물론 영화와 만화는 그 화법 자체가 매우 다릅니다. 하지만 마블은 이야기를 장기적으로 끌어가는 방법을 알았고, 사람들의 걱정을 환호와 기대로 바꿀 수 있었죠. 뭐 어벤저스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면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길수도 있겠네요.



2. 그래서 이제 뭐가 어떻게 되는거야? - 시빌워 떡밥


바로 위에서도 얘기했던 시빌워.

시빌워는 마블 코믹스에서 굉장히 큰 이슈가 됐던 작품입니다. 사람들을 지키던 슈퍼히어로들이 두 패로 나뉘어서 치고박고 싸우는 이야기였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마블코믹스의 팬이자 어벤저스를 보고 온 사람들로부터 어쩌면 어벤저스 영화의 지향점이 시빌워일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사실 분량으로 따지면 영화화 하기에도 적당해보이고 말이죠.

진짜 박터지게 싸웁니다.


아마도 당장에는 시빌워가 진행되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영화 말미에 살짝 나와서 어벤저스2에 대한 떡밥을 던져주신 '그 분'도 있을 뿐더러, 시빌워같은 대형 이벤트는 지금보다 더 많은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테니까요. 하지만 어벤저스를 통해서 뚝심을 보여준 마블이라면 분명히 뭔가 크게 보여주기는 할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다른 캐릭터들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또 그때마다 새로운 악당(보통 빌런이라고 하죠)을 보여줄테니까요.

영화 어벤저스는 참 독특한 시리즈물입니다. 영화 한편 한편이 공개될때마다 충실한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판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를 쌓게 하니까요. 아마 마블 엔터테인먼트가 도산하지 않는 이상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것이고 어느날 갑자기 어벤저스마저도 예고편처럼 느껴질 그런 대형 이슈를 만들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테지만, 한번 해냈으니 다음번도 있겠죠. 뭐든 처음이 어려운거 아니겠습니까.



3. 그리고 그 외 이야기들

(1) 그런데 이런 매니악한 컨텐츠의 영화가 나올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여러모로 자막이 아쉽더군요. 첼리스트를 첼로리스트(...)로 표기한것도 웃기고(사람들이 첼리스트라는 단어를 모를것 같으면 첼로연주자라고 표기하면 될텐데), 사소한거지만 '테서렉트'를 '큐브'라고 표시한것도 거슬렸죠. 물론 원래 명칭이 코스믹큐브라고는 한다지만, 영화 인물들이 계속 테서렉트 테서렉트 하는데 자막에 큐브라고 써있는건 뭔가 몰입감을 해치지는 않았을까 싶었거든요.

여담이지만 영화에 테서렉트와 아이언맨의 아크원자로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장면이 몇몇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언맨도 봐야되고 퍼스트어벤저도 봐야한다는거? 알면 알수록 재미있어지죠.


그 외에도 블랙위도우가 스파이짓을 하기 위해서 일부러 잡혀있을때 나오는 대사 자막중에 '나, 정말 예뻐?'하는 대목이 있는데, 이게 러시아어로 말하는 장면이라 밑에 영어자막도 같이 뜹니다.

'You really think I'm pretty?'

이건 그냥 번역하나 맥락을 따져서 번역하나 '정말 내가 예쁘다고 생각해?'라고 해석해야 할 것 같은데...여튼 자막 참 이상하더군요. 아무래도 나중에 이쪽 오타쿠분이 따로 개인적으로 만드시는 자막을 참조해서 한번 더 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영화속 깨알같은 재미들을 발견하지 싶어서 말이죠.

(2) 솔직히 말하면 영화를 보고 굉장히 감동했습니다. 어렸을때부터 이런 영화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제가 한 30대나 40대 되어서야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20대 후반에 이런 영화를 보다니...눈물이 다 날 것 같더군요. 그래서 3D로 보고 2D로 또 한번 보고 나중에 DVD로 한번 더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마블코믹스가 더 정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ㅎㅎ

(3) 영화에서의 닉 퓨리는 사무엘 잭슨이 맡고 있죠. 그런데 원래 코믹스판의 닉 퓨리는 백인입니다. 근데 뭐 인종이 바뀌었다곤 해도 그 카리스마 자체는 크게 상하지 않아서 별 상관은 없었죠. 그런데 인종비율을 맞추려고 했던건지 닉 퓨리의 부관인 마리아 힐이 백인 배우더군요. 코믹스판에서는 흑인(피부색이 좀 애매하긴 하다만...)이거든요. 뭐 근데 마리아 힐 배역을 맡은 코비 스멀더스도 잘 어울려서 크게 신경쓰이진 않더랍니다. 아 그리고 영화만 보시던 분은 마리아 힐이 하는 것도 없으면서 뭐 이렇게 자꾸 얼굴을 들이미나...하실텐데, 이 친구 중요한 친구입니다. 할 일도 많고...

난 그래도 콜슨이 좋더라.



마블의 세계관은 굉장히 방대합니다. 그리고 한개가 아니라 여러개가 있죠(...) 그래서 각각의 세계관을 유니버스라고 부릅니다. 영화판의 경우에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고 불리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마 시빌워가 영화화된다고 하더라도 코믹스판과는 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하긴 뭐 설정 비틀어지는거야 굳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죠. 외려 별개의 세계관이 만들어진 것이 다행이 아닐까 합니다. 어쨌거나 마블 엔터테인먼트가 이 스크린으로 옮겨온 슈퍼히어로들을 제대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 말이죠.


그러니까 여러분, 어벤저스 꼭봐라 두번봐라 세번봐라.


근데 저 위에 배역 글자 폰트 되게 촌스럽지 않냐.




건축학개론, 약속된 첫사랑의 판타지





건축학개론 (2012)

 8.6
감독
이용주
출연
엄태웅한가인이제훈수지조정석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한국 | 118 분 | 2012-03-22



1. 건축학개론 보고 왔습니다. 뭐랄까, '풋풋한' 첫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오밀조밀 잘 모아서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 같더군요. 그러니까 이게 잘 생각해보면 참 진부한 이야기들인데 그걸 어떻게 쪼물쪼물 잘 만져서 진부하지 않게, 어쩌면 참신하게 만들었달까? 뭐 참신하다기보단 재미있지만 말입니다. 어쨌거나 여자주인공 '서연'은 그야말로 '첫사랑 판타지'의 재현이죠. 피아노를 치는 아름다운 음대 여학생, 우연히 같은 수업을 듣고, 우연히 얼마전에 남자주인공의 동네에 이사를 왔고, 같은 버스를 타고 등교를 하며, 같이 듣는 수업의 과제를 하다 친해지는 식의...게다가 친해지고 나서 생겨나는 일들도 '첫사랑'스러운 것들입니다. 어쩌면 첫사랑 클리셰라고 부르는것도 무방하겠네요. 여튼 첫사랑에 눈물 흘려본 성인남자라면 적어도 한 장면 정도는 아련하게 공감이 갈거에요.


2. 뭐 이런저런 자잘한 클리셰들이 합쳐져서 판타지를 만들기도 하지만, 사실 이 판타지를 완성하는 요인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일단 첫번째로는 바로 '스무살, 대학에서 만난 인연'이라는겁니다. 다들 중고등학교때 그런 얘기 많이 듣잖아요. '대학만 가면 예쁜 여자친구 / 잘생긴 남자친구 생긴다'같은 이야기. 물론 그냥 좋은 대학 가라고 하는 이야기지만 말이지만, 이게 속든 안속든 대학에 가면서 누구라도 이상적인 사람과의 만남을 꿈꾸게 되니까요. 실제로는 만남 자체가 없을 수도 있고, 만나고 연애를 할수도 있고 못할수도 있고 그렇지만 누구라도 꿈꾸는 인연. 이거야말로 영화 '건축학개론'이 첫사랑 판타지가 되게 하는 중심축이라 이거죠.


3. 그리고 또 하나, 판타지의 중심축에는 바로 수지가 있습니다. 수지, 오 수지!


아 이게 아닌가...


수지, 곱네요


사실 서연역에는 수지 말고 한명이 더 있죠. 현재를 담당하는 한가인 말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한가인으로는 '풋풋한' 첫사랑의 판타지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미모가 워낙에 비현실적이잖아요. 조각같은 외모가 어떻게 풋풋하겠냐 이 말이죠. 모름지기 스무살에 대학에 가서 만나게 되는 이상형이라면 뭔가 순수한 느낌도 있어야 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수지는 아이돌이긴 하지만 괜찮은 한 수 였죠. 수지의 외모를 보자 하면...이쁘네요. 굉장히 이쁜데, 이상하게도 왠지 잘 찾아보면 주변 어딘가에 있을것만 같은 그런 친숙함, 친밀감이 있단 말입니다. 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잘 찾아봐도 주변에 수지같은 여자는 없다는 것을...하지만 골자는 이거에요. 한가인의 미모는 어딘가 비현실적인 면이 있다면, 수지의 미모는 현실에 안착해 있다는거죠. 게다가 나이도 어리니 '스무살에 만났던 첫사랑'으로 얼마나 적당합니까? 


4. 앞에서 죽- 첫사랑 판타지 이야기를 하기는 했습니다만, 아쉬운 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판타지'가 전적으로 남성중심이라는거죠. 남자들한테는 지나간 첫사랑의 추억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여자들한테는 글쎄요...제가 여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긴 해도 딱히 첫사랑의 추억을 자극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남성과 여성의 판타지가 같을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요.


5. 그래서인지 몰라도, 첫사랑 외에 다른 양념을 쳐놨더군요. 그것도 아주 맛깔나는 양념 말입니다.


영화가 끝나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재수생 친구 '납뜩이'


바로 승민의 연애코치가 되어주는 친구 '납뜩이'죠. 비범한 패션감각에서부터 시작해서 연애상담하는 모습, 승민의 슬픔에 공감해주며 위로해주는 모습 하나하나까지 뭐하나 버릴게 없는 모습을 보여주더랍니다. 특히 '키스'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이 친구가 없었다면 건축학개론은 뭔가 심심한 영화가 되어버렸을 겁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현재시점에서도 한번 나와줬으면 했는데 아쉽더군요.


6. 요는 이겁니다. 사실 '건축학개론'은 이야기 자체로 봤을때는 뭐 엄청 새롭고 이런게 없어요. 오히려 드라마 쪽의 낡은 이야기들을 끄집어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 낣은 이야기들을 다시 잘 닦아서 영화적으로다가 이리저리 배치를 한거죠. 그랬더니 아주, 진짜 괜찮은 물건이 나온거구요. 아마 드라마로 썼으면 이렇게까지 재미있지는 않았을거에요. 영화라서 다행입니다.


7. 그러고보니 어린 승민역의 이제훈, 저는 맨 처음에 김수현으로 착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응? 저 친구 이름이 이제훈이었나?' 했는데...그냥 제가 헷갈린거더군요. 근데 눈매가 왠지 류승범같지 않나요? 물론 이제훈이 더 잘생겼고 류승범이 더 멋있지만.




8. 영화를 서울극장에서 봤습니다. 처음 가본건데 되게 좋더군요. 마치 옛날영화에 나오는 구식 극장이랄까...상영관은 복층구조로 되어있고, 스크린도 크고 뭔가 공연도 할 수 있을것 같은 무대도 있구요. 앞으로 다른 멀티플렉스 영화관(CGV, 메가박스 등등...)에서는 이런 만족을 못느끼지 싶습니다.


9. 여튼 재미있습니다 건축학개론. 누가 봐도 좋을 영화구요.


10. 아...심히 외로우신 분은 안보는게 좋을거에요. 멘탈붕괴를 경험할겁니다.







움직임 없는 스파이 스릴러의 멋스러움 -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원래는 존 르 카레의 원작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유통기한이 짧은)공짜 영화표의 행운이 생겨서 그냥 급하게 휘휘 가서 보고 왔습니다. 존 르 카레의 소설은 전에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야기도 그렇고 문장 자체도 좀 간결한 느낌이었죠. 물론 문장이 간결하다는 생각이 든 건 좀 불확실한게 번역판으로 본거니까...온전하게 알 수는 없잖아요 ㅋㅋ 어쨌든 꽤 재미있게 본 터라 소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랑 영화쪽 둘 다 주목하고 있었죠. 어쨌거나 연작이라고 하니...


 '추운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연속되는 이야기입니다. 본격적으로 이어지는건 아니고 등장인물간의 연계가 된달까...그리고 '죽은자에게서 걸려온 전화'라는 작품도 함께 나가는 이야기죠. 순서는 '죽은자...' -> '추운나라...' -> '팅커, 테일러...'순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도 순서대로 볼 걸 그랬군요.


영화자체는 좀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중반에는 좀 딴생각도 나고 그랬거든요. 요즘 영화들을 장면전환 같은 것들이 빠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수도 있죠. 더군다나 '스파이 스릴러'라니, 왠지 그야말로 폼나는 액션이라도 보여줄 것 같지 않습니까? 추격전, 총격전, 육탄적 뭐 그런 것들 말입니다. 그런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는...아, 제목이 너무 길군요. TTSS라고 합시다. 여튼 TTSS는 그런 액션이 하나도 없습니다. 외려 주인공인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만)는 중장년의 언저리에 있는, 육체적으로 후달리는 나이대를 보여주죠.



게리올드만, 아 이 양반 이때는 정말 날라다닐 것만 같았는데...



예전 모습을 생각하면 어떤 면에선 충격과 공포라고 할 수 있는, 그의 현재...물론 배역에 맞게 더 늙어보이게 한 것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저 주름들은 ㅠㅠ


이야기는 뛰어다니는 것 보단 스마일리가 사건을 맡고 조사를 하면서 생겨나는 의식의 흐름과 그에 따른 과거회상을 따라가는 것을 택하죠. 주로 인물과 인물간의 대화, 그 와중에 나타나는 인물의 표정과 반응 뭐 그런 것들입니다. 누가 이중첩자인지 치열하게 생각하는거죠. 어쩌면 이 치열한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는걸 표현하려고 해서 영화를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은 이해가 안되면 앞장부터 글자 하나하나 차분하게 다시 읽으면 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미니 시리즈도 있다는데 그건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정적이고, 또 그러다보니 좀 지루한 감이 있고, 따라가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는 반면에 장점이라 할 만한 이야기와 캐스팅은 조금 불투명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렇지만 한 가지 뚜렷한 장점이 있었으니, 정적으로 담아내는 그 화면과 낮게 깔리는 소리들이 묘한 멋스러움을 자아내는 거였죠.



영화 스틸컷들. 특히 저 방음벽으로 된 회의실 장면들이 좋더군요.
배우때문인지 저 방음벽 회의실 때문인지...?


이야기 자체가 인물 중심적으로 돌아가서 장면도 왠지 인물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감독이 인물을 잡아내는데 공을 들여낸건지 3번째와 마지막 사진같은 화면들이 자주 나오는 편입니다. 하지만 조금 살펴보면 인물의 주변에 있는 것들 - 장소 자체나 어떤 물건들이 배치되어 있는 것 - 이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적재적소에 자리한 물건들과 그 장소에 어울리는 인물들, 그리고 영화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조금 칙칙한 색감의 화면. 이런 것들이 모여서 어떤 하나의 '멋'을 연출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영화 초반에 뜨는 자막을 보니 제작참여에 원작자 존 르 카레도 있던데, 그가 이런 것들에 관여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실제 본인의 영국 정보국에서 스파이로 일했고 또 그 경험을 기반으로 소설을 썼다고도 하니까요.


TTSS는 저도 꽤 지루하게 보기는 했지만, 소장하고 싶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어떤 블록버스터같은 영화들에 으레 따라붙는 '재미의 폭발'은 없지만 언제고 꺼내서 다시 돌려보면서 곱씹고 싶은 느낌이랄까요. 아직 소설 원작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감독의 각색도 꽤 신경쓴 느낌이 있다고 하니...(듀나님의 평에 의하면 묘사되는 일들의 흐름의 순서 자체가 좀 바뀌었다고 합니다.) 뭐 그에 대한 판단을 원작을 읽어본 후에 얘기해보도록 하죠.


바로 이 책 말입니다.


여담1 : 영화관에서 봤는데 자막이 별로 안 와닿는 것 같더군요. 번역자분께서 수고해주시긴 했지만...뭐랄까 바른생활적인 번역이 느껴졌습니다.


여담2 : TTSS를 보는데, 간혹 갑자기 타짜가 생각나더군요. 타짜 후반에 고니가 혼자가 된 상황의 장면들이랄까...아니면 지하철 역에서 습격당할때의 모습이랄까. 왠지 그 씁쓸한 느낌의 화면들과 TTSS의 장면 몇군데가 비슷한 냄새 - 분위기? - 가 났는데...뭐 어디까지나 제 느낌일 뿐이죠.


아니..이렇게 보니 또 아닌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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